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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어공부

내가 좋아하는 태국어 표현 3가지 — 쪼개보면 보이는 태국어의 아름다운 결

2026년 4월 17일

태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일상적으로 쓰는 태국어 중에서도 유독 좋아하게 되는 표현들이 생긴다. 대부분 사전에 나온 뜻만 보면 평범한 단어인데, 그 단어를 구성하는 글자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아, 태국 사람들은 이걸 이런 식으로 생각했구나' 싶은 순간들이 있다.

오늘은 그렇게 쪼개볼수록 예뻐지는 태국어 세 가지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키튼(คิดถึง) — '생각이 닿다'라고 말하는 '보고 싶다'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표현은 키튼(คิดถึง)이다. 뜻은 단순하다. 한국어의 "보고 싶다"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단어를 쪼개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킷(คิด): 생각하다
  • 튼(ถึง): 도착하다, 닿다

즉, 키튼을 직역하면 "생각이 닿다"가 된다. 단순히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리는 게 아니라, 내 생각이 그 사람에게까지 뻗어나가서 닿는 것. 이 뉘앙스가 한국어의 '보고 싶다'와는 또 다른 결을 가지고 있어서, 처음 이 구조를 알게 됐을 때 꽤 인상적이었다.

비슷한 표현으로 늑등(นึกถึง)이라는 말도 있다. 늑(นึก)은 '떠올리다'라는 뜻인데, 여기에 똑같이 '닿다'라는 등(ถึง)이 붙는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늑등은 키튼과는 쓰임이 미묘하게 다르다. 누군가가 보고 싶다는 마음이 아니라, 어떤 일이나 장면이 불쑥 떠오를 때 쓴다. 지나간 일이 문득 생각날 때, 태국 사람들은 "늑등"이라고 한다. 떠올림이 닿았다는 표현이다.

같은 '닿다'가 붙어도 앞에 어떤 동사가 오느냐에 따라 이렇게 결이 달라진다. 태국어를 공부하면서 느낀 재미 중 하나다.

나락(น่ารัก) — '사랑할 만하다'로 말하는 '귀엽다'

두 번째는 나락(น่ารัก)이다. 한국어로 옮기면 "귀엽다"인데, 조금 더 직역하면 "사랑스럽다"에 가깝다.

이 단어도 쪼개보면 이렇게 생겼다.

  • 나(น่า): ~할 만하다, ~해 보이다
  • 락(รัก): 사랑하다

그러니까 나락은 직역하면 "사랑할 만하다", "사랑스러워 보이다"가 된다. 이걸 한 단어로 붙여서 '귀엽다'라는 뜻으로 쓰는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나락이 꼭 연인 사이에서만 쓰는 애정 표현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를 보고 나락, 강아지를 보고 나락, 고양이를 보고도 나락. 귀여운 걸 보면 그냥 나락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귀엽다'의 용도로 훨씬 더 자주 쓰인다.

그래서 태국 사람들은 이 단어로 말장난을 하기도 한다. 누가 귀여운 걸 보고 "나락"이라고 하면, 이어서 농담처럼 이렇게 말한다.

나락 양 안 락 러 (น่ารัก อย่างนั้น รักเลย)

직역하면 "사랑스러워 보인다면(나락), 그렇다면(양 안), 사랑해(락 러)"가 된다. 즉, "그렇게 사랑스러우면, 그럼 사랑해버릴게"라는 식의 말장난이다. 나락의 '락(사랑)'을 슬쩍 이어받아서 고백 같은 플러팅으로 넘기는, 꽤 귀여운 농담이다.

한국어로 치면 "귀엽네" → "귀여우면 반칙이지" 정도의 뉘앙스에 가까울까 싶다.

뺀 푸언 마이(เป็นเพื่อนไหม) — '친구할래?'로 말하는 '같이 갈래?'

세 번째는 뺀 푸언 마이(เป็นเพื่อนไหม)다. 어쩌면 셋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구성 요소는 간단하다.

  • 뺀(เป็น): ~이 되다
  • 푸언(เพื่อน): 친구
  • 마이(ไหม): 의문조사

그대로 옮기면 "친구가 될래?"가 된다. 처음 들으면 '뜬금없이 친구하자고?' 싶을 수 있는데, 실제 쓰임은 좀 다르다.

뺀 푸언 마이는 "나랑 같이 ~할래?"라는 뜻으로 쓴다. 누군가와 어딘가를 가거나 뭘 같이 하고 싶을 때 이 표현을 붙인다.

예를 들어 밥 먹으러 가면서 "빠 긴 카우 뺀 푸언 마이(ไปกินข้าว เป็นเพื่อนไหม)"라고 하면, 직역은 "밥 먹으러 가는 데 친구할래?"지만 의미는 "밥 먹으러 갈 건데 같이 갈래?"가 된다. 학교 갈 때 "빠이 롱리안 뺀 푸언 마이"라고 하면 "학교 같이 갈래?"라는 말이다.

이 표현이 마음에 드는 건, '같이 한다'는 행위를 '친구가 된다'로 바꿔서 표현한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한국어에도 '밥친구', '술친구', '영화친구' 같은 말이 있지 않나. 어떤 일을 함께 하는 사람을 친구라고 부르는 감각은 비슷한데, 태국어는 그걸 아예 동사처럼 써버린다. '뭔가 같이 한다 = 친구 해준다'로 묶는 거다.

그리고 이 표현은 상황에 따라서 꽤 로맨틱하게도 쓰인다. 관심 있는 사람한테 "빠이 긴 카우 뺀 푸언 마이?"라고 하면, 단순히 "밥 같이 먹을래?"가 아니라 "밥 같이 먹는 친구 해줄래?"라는 느낌이 된다. 은근한 초대 같은 뉘앙스가 한 겹 더 얹히는 거다.

태국어는 의미를 '조립'하는 언어다

이 세 표현을 보면서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있다. 태국어는 추상적인 감정이나 상황을, 훨씬 구체적이고 작은 조각들로 조립해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보고 싶다는 '생각'과 '닿다'로, 귀엽다는 '사랑'과 '~할 만하다'로, 같이 하자는 '친구'와 '되다'로. 단어 하나에 한 번에 의미를 담기보다, 각자 뜻을 가진 조각들이 붙어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쪼개서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고, 그 조립 방식 속에서 태국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표현하려 했는지가 살짝 엿보인다. 누군가를 보고 싶다는 마음을 '내 생각이 너에게 닿는다'라고 표현한다는 것, 누군가와 밥을 먹고 싶다는 말을 '내 친구가 되어줄래?'라고 한다는 것. 그 안에 담긴 시선이 좋아서, 태국어를 공부할수록 이런 표현들을 자꾸 수집하게 된다.

언어를 배운다는 게 단어를 외우는 일만은 아니라는 걸, 이런 표현들을 마주칠 때마다 다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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